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자극적 서사는 오래도록 꾸준한 인기를 끌어온 장르입니다. 그중에서도 〈VIP〉와 〈펜트하우스〉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극’이라는 공통 키워드를 녹여낸 대표작입니다. VIP는 현실 공감을 바탕으로 섬세한 감정 묘사와 미스터리 구조를, 펜트하우스는 극단적 사건과 폭풍 전개로 몰입을 유도한 막장극의 정점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글에서는 시청률 변화, 전개 구조, 흡입력의 핵심 요소를 중심으로 두 드라마를 비교하며, 시청자가 어떤 감정과 긴장감에 끌리는지 살펴봅니다.
시청률 – 조용한 입소문 vs 폭발적 시청률
〈VIP〉는 2019년 SBS에서 방송된 16부작 드라마로, 처음부터 높은 관심을 받지는 않았습니다. 초반 시청률은 6%대 수준이었고, 그리 큰 기대작으로 분류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신 팀 안에 당신 남편의 여자가 있다"는 강렬한 문구가 붙은 포스터와 함께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입소문을 탔습니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얽히고설키며 비밀이 하나씩 드러났고, 시청률도 이에 비례해 상승했습니다. 결국 마지막 회는 10.4%라는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습니다.
반대로 〈펜트하우스〉는 방송 전부터 화려한 캐스팅, 자극적인 예고편, 김순옥 작가라는 막장 전문 작가의 이름값으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첫 방송부터 9.2%의 높은 시청률로 출발해 1~2주 만에 20%에 육박하는 수치를 찍었습니다. 시즌1의 마지막 회는 무려 28.8%라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으며, 시즌2와 시즌3에서도 꾸준히 19~25%를 오가는 시청률로 전 세대를 아우르는 시청률 파괴자로 자리잡았습니다.
전개 방식 – 현실 기반 심리 서사 vs 극단적 막장 서사
〈VIP〉는 ‘누가 남편과 바람을 피웠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주인공 나정선은 자신이 속한 VIP 전담팀의 팀원 중 누군가가 남편 박성준과 불륜 관계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의심과 배신의 감정 속으로 빠져들게 됩니다. 이 드라마는 불륜을 단순한 자극으로 소비하지 않고, 그로 인한 심리 변화와 인간관계를 정교하게 추적합니다. 등장인물 각각의 내면이 촘촘히 설계되어 있고, 의심의 대상이 매 회차마다 바뀌며 서스펜스를 강화합니다.
그에 비해 〈펜트하우스〉는 극단적 서사의 집합체입니다.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헤라팰리스라는 고급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지는 살인, 복수, 출생의 비밀, 위장 신분, 아이 바꿔치기, 불륜, 사망 후 부활 등은 전형적인 막장 드라마의 공식들을 모두 담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현실성을 따지기보다는 시청자가 충격에 빠지도록 설계된 전개 방식을 택하며, 과장을 통해 강력한 흡입력을 유도합니다.
흡입력 – 정서적 공감 vs 감각적 자극
드라마의 몰입도는 단순한 이야기 구성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습니다. 인물의 감정선, 배경음악, 연출, 대사 하나하나가 감정의 진폭을 키워야 진짜 ‘몰입’이 완성됩니다.
〈VIP〉는 그런 점에서 시청자의 감정 공감을 최우선으로 합니다. 시청자는 나정선이라는 인물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며, 사랑과 신뢰가 무너지는 과정 속에서 고통, 혼란, 분노를 함께 느끼게 됩니다. 또한 동료의 뒷모습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게 만드는 연출과 대사들은 조용하지만 깊은 몰입을 유도합니다.
반면 〈펜트하우스〉는 감정보다 감각을 자극합니다. 매 회 클라이맥스에서 터지는 충격적인 장면들—계단에서 밀치기, 아이의 추락, 갑작스러운 죽음, 피 튀기는 싸움—은 시청자에게 '멈출 수 없는 시청'을 강요합니다. 이 드라마의 흡입력은 감정적 여운이 아니라 충격과 자극의 연속성에서 비롯됩니다.
결론 – 감정인가, 자극인가?
〈VIP〉와 〈펜트하우스〉는 같은 듯 완전히 다른 노선을 걷는 자극 서사의 대표작입니다. VIP는 현실의 언저리에 있는 이야기를 통해 감정의 폭발을 유도하고, 펜트하우스는 비현실적이지만 극도로 몰입되는 자극으로 재미를 선사합니다.
두 드라마는 모두 높은 화제성과 시청률을 기록하며 대중의 니즈를 정확히 짚어냈고, “자극적이어야 본다”는 현대 드라마 소비 트렌드를 잘 보여주었습니다.
결국 선택은 시청자의 취향입니다. 공감과 심리적 몰입을 원한다면 VIP, 극한의 반전과 쇼킹함을 원한다면 펜트하우스가 맞을 것입니다. 지금 당신은 어느 쪽을 더 원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