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SBS에서 방영된 드라마 <커넥션>은 단순한 수사극의 틀을 넘어, 인간 내면의 복잡함과 그 속에서 드러나는 관계의 민낯을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그 중심에는 세 명의 인물, 장재경, 오윤진, 박태진이 있습니다.
이 드라마는 사건 자체보다 사건을 대하는 각 인물의 태도와 선택을 깊이 파고들며, 선과 악의 경계를 흐리게 만들고, 결국 시청자에게 “나는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장재경 – 무너져도 끝까지 버티는 사람
장재경(지성 분)은 마약 중독이라는 설정부터 시청자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경찰이라는 신분, 형사라는 직업적 책임감을 지닌 인물이 마약에 중독돼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는 처음부터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었죠. 그는 기억을 잃은 채 살아가다가, 자신이 약물 중독 상태였다는 걸 알게 되며 삶이 서서히 무너져 내립니다.
하지만 장재경은 그 안에서도 진실을 추적하고, 끝까지 자신의 존재를 붙들고자 합니다. 그의 명예, 존재, 신념, 감정… 모든 것이 뒤틀리고 의심받는 상황에서도 그는 스스로를 놓지 않습니다. 그는 ‘버티는 사람’입니다. 비장한 의지로 싸우는 영웅이 아니라, 아무도 믿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도 자신을 놓지 않으려는 진짜 어른입니다.
지성 배우는 이 복잡한 캐릭터를 과장 없이 절제된 감정으로 표현하며, 장재경이라는 인물을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로 만들어줍니다. 그의 눈빛에는 상처와 분노가, 침묵에는 죄책감과 책임이 담겨 있었고, 그래서 더 깊은 몰입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오윤진 – 기자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감정의 무게
오윤진(전미도 분)은 장재경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진실을 추적하는 전직 기자입니다. 그녀는 처음엔 냉철하고 이성적인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복잡한 내면이 드러납니다. 그녀는 단순히 진실을 알고 싶은 게 아닙니다. 과거에 대한 감정, 죽은 친구에 대한 죄책감, 장재경에 대한 애증이 그녀를 움직이고 있었죠.
그녀는 기자로서 진실을 쫓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으로서 감정을 정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계속 흔들리고 갈등합니다. 정의를 좇고 싶으면서도, 감정이 앞서고, 이성적으로 판단하려 하지만, 과거의 관계가 그녀를 붙잡고 있죠.
전미도 배우는 오윤진의 복잡한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했습니다. 무표정 속에 감정을 숨기고, 결단하는 듯 보이지만 쉽게 상처받는 모습을 통해 오윤진을 단순한 ‘기자’가 아니라 복합적인 인간으로 보여주었죠. 결국 그녀는 진실 앞에서 무너지고, ‘진실이 항상 정의로운 건 아니다’라는 깨달음에 도달합니다. 이 순간, 오윤진은 직업인이 아닌 한 사람으로서 비로소 완전히 드러납니다.
박태진 – 법을 지배하려는 자, 그러나 가장 취약한 존재
박태진(권율 분)은 검사라는 직업적 상징성을 가진 인물입니다. 그는 공권력의 중심에 있고, 논리와 이성을 무기로 삼아 움직입니다. 하지만 이 겉모습은 허상입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는 법을 이용하는 사람일 뿐, 결코 정의롭지도, 이성적이지도 않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그는 과거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의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았고, 인정받지 못한 열등감과 보이지 않는 분노를 품고 성장해왔습니다. 결국 그의 선택은 정의가 아니라 자기 보존입니다. 그는 진실을 외면하고, 권력을 지키기 위해 거짓을 말합니다.
박태진은 겉보기엔 완벽한 인물 같지만, 사실은 가장 불안정하고 위태로운 인물입니다. 권율 배우는 이 미묘한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말수는 적고 표정은 절제돼 있지만, 그 속에 감춰진 불안과 욕망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감지하게 되죠. 그래서 박태진이 화면에 나올 때마다 묘한 긴장감이 흐릅니다.
결국 박태진은 무너집니다. 법을 지배하려 했던 자가 법 앞에 무릎 꿇는 순간, 그는 더 이상 검사가 아니라, 누구보다도 두려움에 사로잡힌 평범한 인간일 뿐이라는 사실이 명확해지죠.
결론: 커넥션, 결국 사람 이야기였다
<커넥션>은 단지 마약 사건, 고등학교 동창생들의 재회 같은 표면적인 이야기만으로 정의되기엔 너무 많은 감정과 질문을 품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이 작품은 무엇보다도 ‘사람’에 집중합니다. 관계가 맺어지고 끊기고, 그 안에서 선택과 갈등이 반복되며 인물이 드러나죠.
장재경은 무너져도 버티는 사람, 오윤진은 흔들리면서도 직면하려는 사람, 박태진은 권력을 움켜쥐려다 무너진 사람입니다. 이 세 사람의 선택은 모두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 선택을 통해 드러난 인간의 복잡함이 이 드라마의 본질이었습니다.
〈커넥션〉은 결국 수사극이 아니라, 인간극이었습니다. 법과 정의, 진실과 거짓, 신념과 타협 사이에서 흔들리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 역시 그들과 다르지 않다는 걸, 이 드라마는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