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는 단순한 로맨스나 판타지가 아닌, “기억과 글, 그리고 사랑의 윤회”를 섬세하게 엮어낸 작품입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과거와 현대의 작가 세계를 교차시키며, 인간의 기억과 죄책감, 그리고 사랑의 본질을 탐구했죠. 유아인, 임수정, 고경표 주연의 이 작품은 독특한 설정과 문학적인 대사로 마니아층의 폭넓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사람은 죽어도 이야기는 남는다”라는 메시지를 중심으로, 예술과 시대, 사랑이 맞물린 서사는 여전히 회자됩니다.
시간을 넘어 이어지는 사랑과 기억의 서사
<시카고 타자기>는 한 편의 소설처럼 시작됩니다.
현대의 인기 작가 **한세주(유아인)**는 천재적 재능을 가졌지만, 슬럼프에 빠진 채 세상과 자신을 미워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스터리한 유령 작가 **유진오(고경표)**와 전생에서 인연을 맺었던 **전설(임수정)**을 만나면서 잊고 있던 과거의 기억이 서서히 되살아납니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바로 이 “전생과 현생의 교차 구조”에 있습니다. 1930년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였던 세 사람의 영혼이, 현대의 작가와 뮤즈, 그리고 유령으로 다시 태어나 미완의 이야기를 완성해 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서정적이면서도 철학적입니다.
그 시절 그들이 못 다 한 이야기, 끝내 전하지 못한 사랑이 80년의 세월을 넘어 다시 이어지는 장면들은 마치 오래된 편지를 읽는 듯한 아련함을 전합니다.
<시카고 타자기>는 로맨스와 판타지의 경계를 넘나들지만, 결국은 “글을 통해 인간의 영혼이 연결된다”는 감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이 작품이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문학적인 드라마’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세 영혼이 엮어낸 운명과 구원의 이야기
<시카고 타자기>는 인물 간의 감정선이 매우 정교합니다.
**한세주(유아인)**는 재능과 고독이 공존하는 인물로, 세상에 대한 분노와 상처를 글로 쏟아내지만 결국 자신조차 치유하지 못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유령 작가 **유진오(고경표)**와의 만남을 통해, 그는 글의 진정한 의미와 인간적인 따뜻함을 배워갑니다.
반면 **전설(임수정)**은 과거의 인연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세주를 향한 알 수 없는 끌림을 느끼며 조금씩 자신의 전생을 마주합니다. 그녀의 존재는 단순한 ‘여주인공’이 아니라, 세주가 잃어버린 인간성과 감정을 되찾게 만드는 ‘영혼의 거울’이죠.
이 드라마가 특별한 이유는, 과거와 현재의 서사를 한 편의 시처럼 엮어냈다는 점입니다. 1930년대의 이야기는 독립운동가들의 희생과 우정을 통해 “나라를 잃은 청춘의 절규”를 보여주고, 현대의 이야기는 “기억을 되찾은 작가의 구원”을 보여줍니다.
그 사이를 잇는 매개체가 바로 ‘타자기’입니다. 세 인물의 과거 이야기가 깃든 시카고산 타자기는, 잊힌 기억을 불러내는 상징이자 ‘이야기의 부활’을 의미합니다. 글을 쓰는 행위가 곧 인간의 영혼을 이어주는 행위로 그려진 것이죠.
유아인의 감정 연기는 그야말로 예술이었습니다. 차가움과 분노, 후회와 구원의 감정이 한 눈빛 안에서 공존했고, 임수정의 섬세한 감정 표현은 그와 완벽한 균형을 이루었습니다. 고경표의 유령 캐릭터는 슬픔 속 따뜻함을 담아내며 ‘명품 조연’의 진가를 보여줬습니다.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영혼은 다시 이어진다
<시카고 타자기>는 흥행 면에서 폭발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은 아니었지만, 감성적인 완성도와 철학적 깊이 면에서는 오랫동안 회자될 만한 수작입니다.
이 드라마는 단순히 사랑 이야기를 다루지 않습니다. 그것은 “기억과 글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에 대한 사색입니다.
세 인물은 과거의 죄책감과 아픔을 다시 마주하며,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완성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현재의 글’을 통해 마무리합니다. 이 과정은 결국 인간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식과도 닮아 있습니다.
“사람은 죽어도 이야기는 남는다” — 이 드라마의 핵심 문장은 곧 예술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쓰고, 듣고, 기억하는 모든 이야기는 세월을 넘어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움직이죠.
<시카고 타자기>는 시청자들에게 이렇게 속삭입니다. “당신의 이야기도 언젠가 누군가의 기억이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단순히 전생을 다룬 판타지가 아니라, 인간의 기억과 사랑, 그리고 예술에 대한 진심 어린 찬사로 남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이 드라마가 주는 여운은 여전히 깊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모두,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