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tvN에서 방영된 드라마 ‘시그널’은 그야말로 한국 장르물의 새로운 기준을 세운 작품입니다. 실제 미제 사건을 모티브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교신이라는 신선한 설정과 탄탄한 구성으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방송이 끝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인생 드라마로 꼽으면서 후속편을 기다리는 이유는 그만한 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는 시그널의 작품 배경, 주요 등장인물, 줄거리, 그리고 작품에 대한 총평까지 하나하나 짚어보며 왜 이 드라마가 그렇게 오래도록 회자되는지를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작품소개 및 주요 등장인물
‘시그널’은 장르적으로는 범죄 스릴러이지만, 그 안에 사람들의 아픔, 정의에 대한 고민, 그리고 시간 너머를 잇는 연결의 의미까지 담겨 있는 복합적인 드라마입니다. 연출은 김원석 PD, 극본은 장르물의 대가 김은희 작가가 맡았으며, 2016년 1월부터 3월까지 방영되어 최고 시청률 12.5%를 기록했습니다.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 드라마로서 이 정도의 성과는 당시 매우 이례적이었죠.
- 박해영 (이제훈 분): 현재 시점의 프로파일러이자 경찰. 어린 시절 누명을 쓴 형의 죽음 이후, 경찰에 대한 불신을 안고 살아가던 중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과거의 형사 이재한과 교신을 하게 된다. 냉철하고 논리적인 성격이지만, 누구보다 정의로운 인물.
- 이재한 (조진웅 분): 1980~1990년대 형사. 시대의 벽에 가로막히면서도 끝까지 피해자 편에 서는 원칙주의자. 무전기를 통해 미래의 박해영과 연결되며, 함께 미제 사건을 추적하게 된다.
- 차수현 (김혜수 분): 현재 시점의 강력계 팀장. 과거 이재한의 후배였으며, 오랜 세월 그를 마음속에 품고 살아간다. 강인하면서도 인간적인 모습으로 시청자의 많은 공감을 이끈다.
시그널의 핵심 줄거리 요약
시그널은 단순한 추리물이 아닙니다. 과거와 현재, 두 시점의 형사가 오래된 무전기를 통해 소통하며 실제 대한민국의 미제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드라마의 시작은 박해영이 15년 전 발생한 유괴 사건을 다시 조사하면서부터입니다. 그는 어느 날 경찰서 창고에서 낡은 무전기를 발견하고, 그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교신하게 됩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1989년에 살고 있는 형사 이재한. 서로의 시간은 다르지만, 하나의 목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두 사람은 협력하게 되죠.
드라마에는 화성 연쇄살인 사건, 군포 여대생 사건, 부산 여중생 사건 등 실제 있었던 충격적인 미제 사건들이 등장하며, 이 사건들을 픽션과 결합하여 현실감을 더합니다. 이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상처와 맞서야 하고, 때로는 정의를 위해 현실과 부딪히기도 합니다. 특히 과거의 작은 선택이 현재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보여주며, “선택의 무게”와 “시간의 흐름 속 정의”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도 던지게 됩니다.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하나하나 사건이 해결되지만, 동시에 밝혀지는 이재한 형사의 실종과 비극적 과거는 시청자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죠. 마지막 회에서 박해영이 다시 무전기를 잡는 장면은, 끝이 아닌 새로운 희망을 남기며 큰 여운을 안겨줍니다.
시그널 총평: 한국 장르물의 전환점
‘시그널’은 단순한 수사물이 아닌,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누군가 잊힌 사건을 다시 꺼내는 용기, 그 피해자와 유족의 상처를 마주보는 진심, 그리고 정의가 사라진 시대에도 그것을 끝까지 붙잡으려는 이들의 이야기였죠.
이 드라마의 가장 큰 장점은 단순히 스릴이나 반전이 아니라, 치밀한 구성과 감정의 설득력입니다. 김은희 작가 특유의 촘촘한 플롯 안에, 각 인물의 사연이 살아 숨 쉬었고, 보는 이들은 단순히 ‘범인을 찾는 게임’이 아닌, 왜 이들이 그렇게까지 했는지에 집중하게 되었죠.
배우들의 연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조진웅의 인간적인 따뜻함, 김혜수의 단단함과 외로움, 이제훈의 날카로우면서도 애틋한 감정 표현까지, 세 배우의 합이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했습니다.
결국 ‘시그널’은 엔딩이 아니라 “지금도 어딘가에서 정의를 위해 싸우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끝납니다.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더 묵직하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만약 아직 이 작품을 보지 않았다면, 올 가을이 딱 그 시기일지도 몰라요. 한 번 보면 결코 잊을 수 없는 이야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