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삶에 법이 가까이 있는 것 같으면서도, 법정이라는 공간은 어딘가 낯설고 딱딱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하지만 드라마 속에서 그려지는 법정은 다릅니다. 때로는 누구보다 인간적인 판사와 변호사들이, 때로는 상처 입은 피해자와 복잡한 사연을 가진 피고인들이 등장해 우리 마음을 울리고, 위로해주기도 하죠.
최근 몇 년간 한국의 법정 드라마는 이전과는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무조건 정의를 실현하는 영웅이 아니라, 현실에서 흔들리고 갈등하며 성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워지고 있거든요. 화려한 법적 지식보다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감정의 온도라는 걸 우리는 이 드라마들을 통해 배웁니다.
오늘은 그런 법정 드라마 중에서도, 최근 방영된 따뜻하고 감동적인 작품들을 중심으로 추천드리며, 그 속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사람’과 ‘공감’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ENA, 2022)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법정 드라마이자, 성장 드라마이며, 동시에 우리 사회를 향한 질문이 담긴 작품입니다.
주인공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신입 변호사로, 천재적인 기억력과 분석력을 갖추고 있지만, 타인과의 소통에는 서툰 인물입니다. 그는 대형 로펌에 입사해 매 회차 다양한 사건을 맡으며, 하나하나 부딪히고, 배우고, 성장해 갑니다.
이 드라마는 ‘다름’이 결코 틀림이 아니라는 걸 조용히, 하지만 강하게 이야기합니다. 특히 법정이라는 냉정한 공간 속에서도 따뜻한 대화와 배려가 어떻게 정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우리 모두가 조금씩은 우영우와 닮아 있다는 걸 느끼게 해줍니다.
박은빈 배우의 섬세한 연기는 우영우라는 인물을 단순한 ‘캐릭터’가 아닌 살아 있는 사람처럼 만들어주었고, 그 덕분에 이 드라마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깊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디즈니+, 2022)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는 화려한 법정 장면보다 인간의 내면과 관계의 깊이를 조명한 작품입니다.
정려원이 연기한 ‘노착희’는 승소율이 높은 ‘냉철한’ 변호사입니다. 반면, 이규형이 맡은 ‘좌시백’은 인간 중심, 감정 중심의 접근을 선호하는 변호사죠. 이 상반된 두 인물이 만나면서, 우리는 법의 두 얼굴을 보게 됩니다. 하나는 ‘이기는 법’, 또 하나는 ‘이해하는 법’이죠.
이 드라마는 소외된 사람들, 복잡한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냅니다. 피상적인 정의가 아니라, 공감과 소통을 통한 해결을 지향하며, 시청자들에게 "진짜 변호란 무엇일까"를 스스로 묻게 합니다.
소년심판 (넷플릭스, 2022)
‘소년심판’은 법조 드라마 중에서도 비교적 보기 드문 청소년 범죄와 소년 재판을 중심에 둔 작품입니다. 김혜수가 연기한 ‘심은석’ 부장판사는 소년범을 누구보다 싫어하는 판사로 등장하지만, 오히려 그 누구보다 그들의 현실을 깊이 들여다보는 인물로 변해갑니다.
이 드라마는 “소년법 폐지”라는 뜨거운 논쟁을 정면으로 다루며, 단순히 처벌의 강약이 아닌, 법의 본질과 사회의 책임에 대해 묻습니다. 청소년 범죄라는 민감한 주제를 자극적으로 소비하지 않고, 다양한 시각을 통해 보여준 점이 높이 평가받았습니다.
특히 재판을 통해 드러나는 각 인물들의 사연은 무겁지만, 그 안에 담긴 이해와 회복, 사회적 구조의 책임에 대한 고민은 오래도록 여운을 남깁니다. 단순히 정의를 실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이유 있는 명작, 이유 있는 공감
최근 법정 드라마들을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바로 ‘결국, 사람’이라는 메시지입니다. 법은 사람을 위해 존재해야 하며, 그 법을 다루는 이들도 결국은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는 것이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차별과 소통의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우리 사회의 다양성에 대해 돌아보게 했고,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는 승소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리고 ‘소년심판’은 미성숙함과 책임 사이에서, 법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합니다.
어쩌면 드라마 속 재판 하나하나보다, 그 주변 인물들의 작은 말과 선택이 더 큰 울림을 주는 건, 우리가 모두 어떤 식으로든 누군가의 입장에서 서 본 적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마무리하며
드라마 속 법정은 우리가 사는 현실보다 더 극적이고, 때로는 더 이상적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보여주는 인간의 모습은 오히려 현실보다 더 진실될 때가 있어요.
법정 드라마를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요즘 같은 복잡한 시대에 이 장르가 주는 ‘정의에 대한 희망’은 분명 가치 있는 메시지입니다. 오늘 하루, 마음이 조금 지쳤다면 차가운 법정 안에서 조용히 온기를 전해주는 이 드라마들 중 한 편을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