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3년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된 드라마 <무빙(Moving)>은 한국 드라마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슈퍼히어로 장르’를 완전히 새롭게 해석해 세계 시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작품입니다. 강력한 능력을 숨긴 채 살아가는 부모 세대와, 그 능력을 물려받은 10대들이 맞이하는 갈등과 성장, 그리고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대한 깊은 감정까지 담아내며, 히어로물이면서도 한국 특유의 따뜻한 정서를 잃지 않았습니다. 류승룡·한효주·조인성·고윤정·이정하 등 탄탄한 배우진과 영화 수준의 액션, 뛰어난 OST와 감각적 연출이 더해지며 세계 여러 국가에서 넷플릭스가 아닌 플랫폼임에도 큰 흥행을 기록했습니다. <무빙>은 단순히 ‘능력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세대와 희생, 사랑을 담은 새로운 가족 드라마로 평가받습니다.
히어로물의 공식을 깨고, 인간을 중심에 세운 새로운 세계
<무빙>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많은 이들이 놀랐습니다. 한국 드라마에서는 보기 힘든 ‘히어로 장르’를 그것도 디즈니플러스라는 글로벌 OTT를 통해 본격적으로 선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 큰 놀라움은, 이 작품이 단순히 초능력을 소재로 한 액션물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드라마는 세대가 다른 두 부류의 이야기를 교차로 진행합니다. 과거 국가 기관에 소속되어 초능력을 무기로 활동했던 부모 세대와, 아무것도 모른 채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아이들 세대.
**봉석(이정하)**은 공중부양 능력을 숨기며 살아가는 고등학생이고, **휘수(고윤정)**는 빠른 재생 능력을 가진 채 상처를 숨겨온 인물입니다. 이 두 사람이 서로의 비밀을 조금씩 알아가며 성장하는 과정은 풋풋한 청춘물의 결을 담고 있습니다.
반면 부모 세대에서는 더 무겁고 깊은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초능력을 국가에 헌납하며 살아온 이들이 느끼는 후회와 책임,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선택들. 이 이야기는 히어로물의 외적인 스케일을 넘어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응시합니다.
<무빙>의 서사는 결국 이러한 질문을 던집니다. “능력은 축복인가, 저주인가?”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어디까지 싸울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기존의 히어로 장르에서는 보기 힘든 깊이를 만들어냅니다.
액션과 감정, 두 세계를 완벽히 결합한 작품의 힘
<무빙>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액션과 감정을 고도로 균형 있게 결합했다는 점입니다.
먼저 액션은 기존 한국 드라마의 수준을 완전히 뛰어넘습니다. 하늘을 나는 장면, 초인적인 추격전, 재생 능력을 활용한 공격 등 영화에 버금가는 연출은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몰입감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후반부 국가 기관 간 전투 장면은 한국 액션 드라마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고 평가됩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진짜 힘은 ‘감정’에 있습니다. 히어로들의 능력은 오히려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감춰야 하는 위험 요소로 묘사됩니다.
**류승룡**이 연기한 장주원은 아버지로서의 따뜻함과 인간적인 고뇌를 깊이 있게 담아냈습니다. 재생 능력을 가졌지만 누구보다 많은 상처를 지닌 그는, 딸 휘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희생합니다.
**한효주**가 맡은 미현은 날카롭고 정확한 사격 능력을 가진 요원이지만,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은 인물입니다. 그녀의 ‘강함과 여림’이 공존하는 캐릭터는 이 작품의 감정선을 견고하게 지탱합니다.
**조인성**이 그린 두식 역시 깊은 비극의 캐릭터입니다. 자신의 능력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 속에서도 둘만의 따뜻한 순간을 지키려 애쓰는 그의 모습은 여전히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
청춘 서사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봉석과 휘수의 관계는 초능력이 중심이 아니라, 서로의 외로움을 알아보고 껴안는 과정에 초점을 둡니다. 그들의 사랑은 화려함보다 조용한 위로로 채워져 있어, ‘무빙’이라는 제목의 의미처럼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집니다.
한국형 히어로물의 미래를 연 작품, 그리고 남은 감동
<무빙>은 단순히 장르적 성공을 넘어, 한국 드라마 산업의 지평을 넓힌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한국적 정서와 초능력을 결합했을 때 얼마나 새로운 감정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증명했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는 ‘히어로 = 화려함’이라는 공식을 벗어나, ‘히어로 = 가족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는 따뜻한 정의를 보여줍니다. 초능력은 그저 배경일 뿐, 핵심은 인간의 관계와 사랑, 그리고 희생의 의미였습니다.
<무빙>은 OTT 시대의 흐름 속에서 세계 각국의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한국 콘텐츠의 가능성을 또 한 번 확인시켰습니다. 특히 해외 시청자들은 “히어로물인데 이렇게 따뜻할 수 있다고?”라는 반응을 보이며 한국 특유의 감정 깊이에 놀라움을 표현했습니다.
이 작품은 마지막까지 이렇게 말하는 듯합니다. “사람을 지키고 싶은 마음, 그것이 가장 강한 힘이다.”
화려한 능력 뒤에 숨은 상처, 가족을 향한 애틋한 마음, 그리고 세대 간 이어지는 사랑의 서사는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을 감동을 남깁니다.
그래서 <무빙>은 한국형 히어로물의 단순한 출발점이 아니라, 앞으로의 가능성을 넓힌 ‘기준점’으로 남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