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더 글로리>는 그냥 한 편의 복수극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속에 오랫동안 남을 이야기, 특히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조용한 위로가 되어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이 드라마는 학창 시절 끔찍한 폭력을 겪은 한 여성이 어떻게 그 상처를 안고 살아왔고, 결국 어떤 방식으로 그 고통에 마주하는지를 아주 섬세하게 그려내죠. 시즌 1과 시즌 2는 전혀 다른 느낌으로 전개되지만, 두 시즌 모두 감정의 결이 진하게 담겨 있어요. 단순히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됐는지가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감정과 눈빛, 그리고 말하지 못한 슬픔까지도 천천히 따라가며 보는 게 어떨까합니다.
더 글로리 시즌1: 조용히 무너지고, 조용히 준비하는 시간
시즌 1을 보고 나면, 어떤 사람은 말할지도 몰라요. “이야기가 너무 느리다”, “복수가 언제 시작되냐” 하고요. 하지만 이 드라마는 서두르지 않아요. 문동은이 어떤 시간을 지나왔는지를 설명하려면, 그 느림이 꼭 필요했거든요.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누군가가 철저히 무너지는 과정, 그리고 그 무너짐을 아무도 막아주지 않았던 현실. 동은은 상처를 안고 어른이 되고, 혼자만의 싸움을 준비해요. 복수라는 단어보다 먼저 다가오는 건 외로움이에요. 그 외로움 속에서도 동은은 감정을 잊지 않아요. 이 드라마가 대단한 이유는, 그 상처의 무게를 시청자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만든다는 점이에요. 특히 조용히 울고, 조용히 다짐하는 그녀의 표정을 볼 때마다 마치 마음속 깊은 어딘가가 쿡쿡 찔리는 기분이 들죠. 시즌 1은 복수가 시작되기 전, 문동은이라는 사람의 이야기를 제대로 알아가는 시간인듯해요.
더 글로리 시즌2: 끝내는 이야기, 끝나지 않는 감정
시즌 2는 훨씬 빠르게 진행돼요. 드디어 문동은이 하나씩 움직이기 시작하죠. 계획은 치밀했고, 실행은 냉정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모든 복수의 장면에서 우리가 느끼는 건 단순한 통쾌함이 아니에요. 오히려 씁쓸함이 먼저 밀려와요. “이렇게까지 해야 했을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그녀는 평생 살아갈 수 없었겠구나” 하는 공감이 함께 오죠. 특히 박연진을 향한 복수가 이뤄질 때, 시청자는 그가 겪는 파멸보다도 그 상황을 바라보는 문동은의 표정에 더 집중하게 돼요. 동은의 복수는 분노의 폭발이 아니라, 고요한 단죄였어요. 누군가는 그걸 차갑다고 말하겠지만, 오히려 저는 그 안에서 더 깊은 인간적인 고통을 느꼈어요. 그리고 이 시즌에서 주여정의 역할이 커지는데, 그의 상처도 함께 그려지며 동은과의 관계가 더 진해지죠. 이 둘이 서로의 상처를 알아보는 장면들은, 이 드라마가 단순한 복수극이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줘요.
시즌별 분위기, 감정의 방향이 다르게 흘러간다
시즌 1은 잿빛이에요. 화면 색감부터 음악, 연출까지 차분하고 건조해요. 무미건조하다는 뜻이 아니라, 감정을 절제한 방식으로 그려내죠. 회상 장면이 많고, 반복적으로 학폭의 순간을 보여주며 상처의 깊이를 설명해요. 동은은 거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지만, 그 눈빛에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죠. 반면 시즌 2는 긴장감이 팽팽하고 극적이에요. 대사도 더 직설적이고, 연출도 감정을 더 과감하게 드러내요. 누군가는 이 차이를 보고 “톤이 바뀌었다”고 말하지만, 저는 오히려 당연한 변화라고 생각해요. 이야기가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에, 인물들의 감정도 그만큼 더 폭발적으로 표현된 거죠. 결국 두 시즌은 다른 리듬을 가지고 있지만, 함께 놓고 보면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예요. 그리고 그 이야기의 끝은 ‘복수’로 끝나지 않아요. 상처를 마주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가는 여정이에요.
<더 글로리>는 복수라는 키워드로 시작했지만, 끝내 남는 건 상처에 대한 깊은 공감과 회복에 대한 작은 가능성이에요. 문동은이라는 인물은,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외면했을지도 모를 ‘침묵한 피해자’를 떠오르게 해요. 그리고 그 피해자가 얼마나 고독한 싸움을 했는지를 우리는 조용히 지켜보게 되죠. 이 드라마가 특별한 건, 누구를 용서하거나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그 안에서 사람의 복잡한 감정을 꾹꾹 눌러 담았다는 거예요. 시즌 1에서는 눈물로 시작된 이야기가, 시즌 2에서는 어쩌면 이해로 마무리되었을지도 몰라요. 그래서 <더 글로리>는 끝난 뒤에도 자꾸 생각이 나는 드라마예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만약 이 이야기를 다시 본다면, 아마 처음보다 훨씬 더 많은 감정을 느끼고 있을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