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야기는 국경을 넘는다고 하잖아요. 하나의 소설이 여러 나라에서 각자의 스타일로 드라마화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그 이야기 속에 보편적인 감정이 있다는 뜻이겠죠. 그런데 신기한 건, 같은 원작을 가지고도 전혀 다른 분위기의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는 거예요. 캐릭터도, 장면도, 심지어 결말까지 다르게 그려지기도 해요. 이 글에서는 '같은 소설, 다른 드라마'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주는 매력에 대해 이야기해도록 하겠습니다.


『고백부부』와 『언제나 청춘』 – 청춘으로 돌아가는 방법, 나라별 감정선
『고백부부』는 2017년 KBS에서 방영된 드라마입니다. 결혼 후 권태와 현실에 지쳐버린 부부가 어느 날 과거로 돌아가, 20살로 다시 시작하는 이야기죠. 장나라, 손호준 배우가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감정선을 너무 잘 살려서, 많은 30~40대 시청자들이 “이건 내 이야기야”라고 느꼈어요. 가족, 친구, 부모님과의 관계까지 세심하게 그려내며, 단순한 타임슬립 로맨스가 아니라 ‘삶을 되돌아보는 이야기’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이 작품은 중국에서도 리메이크되어 『언제나 청춘』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태어났어요. 전개 구조는 비슷하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중국판은 감정 표현이 훨씬 직접적이에요. 갈등이 클 때는 확실히 부딪히고, 사랑 표현도 더 적극적이에요. 그리고 가족 중심의 관계 설정이 더 강하게 나오죠. 한국판이 차분하게 ‘내면의 변화’를 보여줬다면, 중국판은 외부 상황의 ‘드라마틱함’에 좀 더 집중한 느낌이랄까요. 같은 이야기라도 이렇게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는 게 참 흥미로워요.
『심야식당』 – 밤의 이야기, 그릇 하나에 담긴 감정의 깊이
『심야식당』은 일본 드라마 특유의 잔잔한 감성을 대표하는 작품이에요. 새벽 12시에만 문을 여는 작은 식당에서,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따뜻한 음식을 통해 위로받는 이야기죠.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짧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은 무척 깊어요. 사장님은 말이 많지 않지만, 그의 존재 자체가 이미 사람들의 상처를 다독여주는 느낌이 들죠.
한국에서도 2015년에 이 작품을 리메이크했어요. 큰 줄기는 비슷하지만, 한국판은 좀 더 설명적이고 감정 표현이 직설적이에요. 시청자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몰입하기 좋은 스타일이죠. ‘감성’보다는 ‘공감’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연출이랄까요.
반면 중국판 『심야식당』은 아쉽게도 원작의 감성을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어요. 다양한 브랜드 협찬이나 지나치게 화려한 연출이 오히려 이야기의 본질을 흐린다는 비판도 있었죠. 같은 원작이라도, 연출자와 제작진의 선택이 결과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사례예요. 원작의 ‘공기’를 얼마나 잘 옮겨오느냐, 그게 관건이겠죠.
『꽃보다 남자』 – 소녀의 첫사랑, 세계 어디서나 통한다
『꽃보다 남자』는 정말 여러 나라에서 리메이크된 대표적인 작품이에요. 일본 만화가 원작인데, 일본, 한국, 대만, 중국까지 수많은 드라마로 재탄생했죠. F4와 평범한 소녀의 사랑 이야기, 어찌 보면 전형적인 로맨스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요.
일본판은 가장 원작에 가까운 구성으로,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여운 있게 표현해요. 마츠모토 준과 이노우에 마오의 케미도 좋았던 반면, 한국판은 감정선이 훨씬 강렬해요. 이민호 배우의 강한 이미지와 구혜선 배우의 순수함이 잘 어우러져, 아시아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었어요. 고급진 배경과 스케일도 한몫했죠.
대만판은 풋풋하고 진심 어린 감정에 초점을 맞췄고, 최근의 중국판은 영상미와 세련된 연출로 시선을 사로잡았어요. 다만 감정선의 깊이에서는 아쉬움을 느꼈다는 의견도 있었죠. 이렇게 같은 원작이라도 배우의 연기, 제작 방식, 음악, 촬영 기법에 따라 전혀 다른 작품이 되니까, 한 작품을 여러 나라 버전으로 보는 재미가 꽤 쏠쏠하답니다.
결국 이야기의 뼈대는 같지만, 살을 어떻게 붙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드라마가 만들어져요. 마치 같은 요리를 나라별 향신료로 바꿔가며 맛을 내는 것처럼요. 같은 소설에서 출발했지만, 그 나라의 문화와 감성, 시청자의 취향에 맞춰 변주되다 보면 완전히 새로운 감동이 태어나는 거죠.
좋아하는 드라마가 있다면, 그 원작은 어떤 모습이었는지,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다뤘는지 한 번쯤 찾아보는 것도 정말 좋은 경험이 될 겁니다. 분명 같은 이야기인데, 나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도 있으니까요. 익숙한 줄거리를 낯선 감성으로 다시 만나는 그 순간, 드라마를 보는 즐거움은 배가 될 거예요.